파이널 프로젝트 회고
세미 3차부터 지금까지
파이널 프로젝트가 끝났다.
세미 3차 때부터는 개인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 많아져서 기록을 거의 남기지 못했다.
세미 3차는 ASM(Attack Surface Management) 워크벤치를 만드는 프로젝트였다. 외부에 노출된 자산을 수집하고 시각화해서 공격 표면을 관리하는 도구다. 포트스캐닝 기반으로 자산을 식별하고 대시보드에서 현황을 보여주는 흐름이다.
솔직히 이 시점부터는 세미프로젝트에 크게 기대를 걸고 있지 않아서 이번에는 처음부터 힘을 좀 빼고 들어갔다. 기대 없이 시작하니까 오히려 편했다. 일을 분배하고, 취합하고, 안 맞는 부분은 내가 마이그레이션하고, 팀장도 팀장 역할 했고. 정해진 일을 정해진 만큼 하고 넘기는 식으로 운영했다. 크게 욕심 부리지 않으니 크게 스트레스도 없었다.
GitHub: Mini-ASM
파이널 프로젝트
파이널에서는 팀장을 맡아서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기로 했다.
주제는 AI 에이전트의 보안 및 권한 관계를 모델링하는 온톨로지 워크벤치다. 팔란티어의 AIP에서 영감을 얻었다. AIP가 데이터와 의사결정 구조를 온톨로지로 엮어서 보여주는 방식이 인상 깊었고, 그걸 AI 에이전트 보안이라는 도메인에 가져오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조직의 AI 에이전트의 보안과 권한 관계 등을 디지털 트윈으로 구축해서 에이전트-도구-리소스 사이의 관계를 그래프로 시각화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고, 드리프트 피드를 관리하는 식의 실무 아이디어를 구축했다. 아이디어를 처음 정리할 때부터 꽤 공을 들였고, 구현에도 몰입해 며칠 동안 만들었다.
챗봇도 구축하고, 자연어 기반 시나리오 어시스트도 구축하면서 이게 진짜 실무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가졌다. 실제 중간 멘토링 단계에서 대기업 현직 멘토가 팀에 가져가 데모를 해보고 싶다고 할 정도(물론 어느 정도 립서비스도 있겠지만)였고, 방향이 맞다는 생각도 했다. 기대가 컸다.
GitHub: TEAM-BASELINE
팀원 구성도 의도적이었다. 내가 컨트롤할 수 있고, 내가 일을 시키면 알아듣는 사람들로 골랐다. 1차, 2차에서 겪었던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줄이고 싶었다. 누군가를 설득하는 데 시간을 쓰느니 차라리 내가 방향을 잡고 빠르게 움직이는 쪽이 결과물의 완성도가 높을 거라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핵심 개발은 거의 혼자 했다. 아키텍처, 백엔드, 프론트, 온톨로지 스키마 설계까지. 팀원들에게는 인프라, 배포, 문서화, QA 같은 일을 맡겼다. 팀워크 점수가 낮게 나올 거라는 건 처음부터 감안하고 있었다. 그래도 완성도를 택했다. 물론 팀 프로젝트에서 혼자 다 하는 건 분명 좋은 모양새는 아니지만 세미프로젝트에서 피로를 충분히 겪었고, 파이널만큼은 결과물의 질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내 포폴로 쓸 자료 아닌가. 높은 퀄리티로 만들고 싶었다.
아쉬운 결과
트렌드에 맞는 시의성, 완성도, 퀄리티. 세 가지 다 나는 우리 프로젝트가 가장 낫다고 봤다. AI 에이전트 보안이라는 주제는 지금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영역 중 하나고, 기존의 레거시 보안 도구를 학습 프로젝트 수준으로 재현한 팀들보다 한 발 앞서 있다고 판단했다. 단순히 "해봤습니다"가 아니라 실제로 돌아가는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결과는 아쉬웠다. 우수 프로젝트로 선정되지 않았다. 앞으로 봐도 뒤로 봐도 완성도는 압도적이었다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열심히 새로운 걸 만드는 것보다 심사위원이 이미 잘 아는 평범한 보안 프로젝트를 보여줬어야 했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새로운 시도라는 건 평가하는 쪽에서도 익숙하지 않다는 뜻이니까. 검증된 주제를 검증된 방식으로 포장하는 게 평가에서는 더 유리한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혼자 고군분투했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AI 에이전트 보안이라는, 자료도 많지 않은 것들을 찾아다니고, 아키텍처를 고민하고, 그래프 모델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고, 발표 자료까지 신경 쓰던 날들 말이다.
세미프로젝트 때 여러 가지를 다른 사람들에게 양보했던 것들도 생각났다. 팀장 역할이나 발표 기회, 내가 하고 싶은 방향 등등. 나중에 파이널에서 제대로 하면 된다고 생각해왔는데 막상 그 파이널에서 이 결과가 나오니까 좀 허탈했다.
나이에 안 맞게 욕심을 부린 거겠지. 살면서 한 번 피운 적 없는 담배가 땡겼다. 기분이나 생각 정리는 금방 됐다. 그래도 사회생활 짬밥이 있는데 걍 X같다 하고 말았다. 어쨌건 모든 과정은 다 끝났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더 많다. 여기까지.